일시 : 2018.08.16 목요일
시간 : 오후 1.30 - 3.30
장소 : 서초동 홍익재단
주요 참석자 : 문치웅(홍익재단 이사장), 関根 英行(세키네 히데유키, 가천대 교수), 신현승(원광대 교수), 장우순(홍익재단 연구원), 백종이 연구원 등
내용 :
시라토리 구라키치(白鳥庫吉)의 조선관과 동아시아관
-패러독스의 역사관-
辛炫承(원광대, 동경대 박사)
시라토리 구라키치(白鳥庫吉, 1865-1942)는 근대 일본의 동양사학자로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학) 교수와 동양문고(東洋文庫) 이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가즈사노쿠니(上総国)나가라군(長柄郡), 즉 현재의 치바현(千葉縣) 모바라시(茂原市) 출신으로 나카 미치요(那珂通世)가 스승이며, 제자에 쓰다 소키지(津田左右吉) 등이 있다. 근대 일본에서 최초로 '동양사'개념을 창출했다고 알려진 나카 미치요가 스승이라는 점을 봐도 시라토리가 어떤 인물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시라토리는 나이토 고난과 함께 근대 일본의 동양사학을 탄생시킨 주역이었던 것이다.
1. 일그러진 자타인식으로서 조선관(觀)
타자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혹은 자아의 존재가 전제된다. 자기로부터 출발하지 않는 한, 타자의 존재는 성립하지 않는다. 타자가 존재하기에 자기인식의 시점이 생겨나고, 더 나아가 포괄적 자타인식의 시점이 완성된다. 그 바라보는 시선의 양상은 시점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이 자타인식의 양상이기도 하다. 본 소절에서는 시라토리 자신의 언설 가운데 자기(자아)로서의 일본과 타자인 동아시아 제국(諸國)과의 관계에 관한 부분을 논증자료로 하여 그의 자기인식(=일본중심주의적 인식) 혹은 자타인식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시라토리는 쇼와(昭和) 4년(1929) 8월 [신국어독본(新國語讀本)] 권5와 [순정국어독본(純正國語讀本)] 권5에 실린 「일본민족론(日本民族論)」이라는 논고 속에서 방어적 자기인식의 시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자기인식을 투영하는 시점의 출발은 ‘무(武)’의 이미지로 표상화된 일본인의 특색[本領]이 전제되고, 이에 대한 부정의 결과 ‘문무(文武)’ 겸비의 평화와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민족으로서의 우아한 자기도취적 인식을 도출해낸다.
그런데 여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남방민족의 문화성’과 ‘북방민족의 용무성’이라는 부분이다. 이것은 시라토리의 주된 동양사학 방법이라 할 수 있는 ‘남북이원론(南北二元論)’을 의미한다. 시라토리의 저작 가운데 이 남북이원론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논고는 「동양사에서의 남북의 대립」과 「동양사상에서 보는 일본국」, 「동양사상에서 보는 일본」이라는 논문이다. 이 세 논문을 종합해 보면 남북이원론의 구상은 간단하다. 동양사는 기본적으로 남북이라는 2대 세력이 대립하는 것이 전제되는데, 그것이 한민족(漢民族)으로 대표되는 남쪽 세력과 북적(北狄)이라는 명칭으로 대표되는 북쪽 세력이다. 이에 따라 시라토리는 ‘북방민족=야만, 유목, 공격’이라는 틀과 ‘남방민족=문화, 정주(定住), 방어’라는 틀을 이분하여 북방민족에 주목한다. 그리고 일본은 이 양대 민족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는 우수한 국가, 내지는 동양문화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 진보가 일본의 특색이라는 점 등을 ‘자기인식화(自己認識化)’ 하였다. 이제 시라토리는 남북 양대 민족의 장점을 지닌 일본민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곧 부정적 타자를 향한 강렬한 ‘제국주의 침략의 시선’이었다.
그것은 곧 조선 진출을 위해서는 러시아 세력을 물리쳐야 한다는 그 당시 일본에서의 일반적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이 무렵은 마침 만주와 한국의 배타적인 지배권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러일전쟁(1904-1905)이 한창일 때였다.
---(중략)----
시라토리의 이 문장의 전체 흐름은 우선 외국의 문명이 전제되고, 그 문명을 수용하여 일본 자국의 학술이 발전했다는 점이 서술되고 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학술 발전의 영향으로 각 방면에서 진보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자국 일본이 동양의 지도자가 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유학생들이 몰려드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는다.
2. 언어문화학적 동아시아관(觀)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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